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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과학 상식/Chemistry

커피 자국은 왜 동그란 띠 모양일까?(coffee ring effect)

by 굥디굥디 2020. 9. 27.

 안녕하세요! 즐거운 일요일 오전이네요. 오늘이 지나고 나면 다시 월요일이 돌아오구요! 그래도 다가오는 주에는 추석 연휴가 껴있어서 부담은 없을 것 같아요. 대학원생들도 추석 당일 정도는 쉬어준답니다. 호호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커피! 카페인! (해맑^^) 책상에 계속 앉아 있다 보면 졸리기도 하고 입이 심심해서 자꾸 커피를 마시게 되는 것 같아요. 한창 많이 마실 때는 샷 추가에 사이즈 업까지 한 아메리카노를 하루에 2잔씩 마시곤 했답니다. 요즘은 건강 생각한다고 나름 하루에 한 잔으로 줄여서 마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대신 정말 당 떨어지고 집중이 안 될 때 아이스티 작은 컵 하나를 타 먹고 있지요. (오늘의 TMI)


 오늘 알아볼 과학 현상은 '커피 자국은 왜 링(ring) 모양일까?'입니다. 요즘에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 꽤 많아서 다들 한 번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런 현상을 목격하신 적이 있을 실 겁니다. 평소에 커피 자국을 유심히 보지 않으셨던 분들 일지라도, 그림을 보시면 딱 알아보실 것 같아요. 열심히 업무나 공부를 하는 중에 마시던 커피가 한 방울 책상에 튀었을 때, 닦기 귀찮아서 내버려 둔 커피 방울은 아래 그림과 같은 흔적을 남긴 채 증발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졌을 겁니다.

 

얼룩덜룩한 커피 자국(coffee ring)

 바로 "커피 방울의 가운데 부분은 연하게 자국이 남고, 가장자리를 따라 진한 자국이 남는 현상"인데요, 제 연구 분야인 필름 건조(film drying) 학계에서는 이러한 커피 자국을 커피 링 현상(coffee ring effect)이라고 부르고, 얇은 현탁액 필름(thin suspension film)의 건조 과정에서 일어나는 입자의 이동 메커니즘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탁액 필름... 이 뭐냐구요?

 우선 현탁액(suspension)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저는 보통 현탁액(suspension)에 대해 설명을 할 때 용액(solution)과 비교해서 설명을 하는 편이에요. 용액은 우리에게 친숙한 개념이죠! 학창 시절 배운 바에 따르면, 바탕이 되는 용매(solvent)에 잘 녹아들 수 있는 용질(solute)을 균일하게 녹여 만든 것을 용액이라고 합니다. 물론 용매와 용질 모두 고체, 액체, 기체일 수 있겠지만, 우리가 주로 다루는 시스템에서는 용매는 액체 상태, 용질은 고체 상태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용매 속에서 용질이 아주 작은 단위 상호작용하며 잘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용액을 눈으로 보았을 때 투명하다고 느낍니다. 용액의 예시로는 소금물이나 설탕물을 들어볼 수 있겠네요! 물에 소금을 약간 섞으면 순식간에 녹아서 투명한 소금물이 되죠. 소금물과 생수가 담긴 머그컵을 친구에게 준다면, 친구는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소금물을 마셔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호호 :)

 

 반면 현탁액(suspension)은 액체에 입자(고체)를 첨가하였을 때 입자가 액체 내에 균일하게 분산되기는 하지만 녹지는 않아 액체 상(liquid phase) 전반에 걸쳐 둥둥 떠다니는 상태입니다. 입자가 녹지 않고 떠다니기 때문에 우리는 현탁액을 눈으로 보았을 때 '탁하다'고 느낍니다. 현탁액의 훌륭한 예시로는 핫초코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연구실에서 가끔 핫초코를 타 먹으면서 코코아 분말 현탁액(cocoa powder suspension)을 마신다고 말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또 다른 TMI) 대학원생의 삶이란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현탁액 필름(suspension film)은 현탁액을 얇게 코팅하여 만든 필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커피 자국은 왜 동그란 띠 모양일까?

 자 이제 커피 방울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커피는 물에 다양한 파우더(powder)를 첨가해서 맛을 낸 것이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물에 커피 가루 입자를 균일하게 분산시킨 현탁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커피 한 방울이 책상에 튀어 건조가 이루어진다면, 커피 방울 내부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일반적으로 책상에 튄 커피 방울을 옆에서 본다면 아래 그림과 같은 납작한 반구 모양(spherical cap)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이때 가장자리가 공기와 맞닿는 면적이 넓기에, 커피 방울은 가운데 부분보다 가장자리에서 증발이 더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증발 속도를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하면 아래와 같죠. 빨간색 화살표가 길수록 증발이 빠르게 일어나는 겁니다.

 

커피 방울 내 증발 속도 차이

 

 여러분 샤워를 하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드시죠? 여러분의 몸에 묻은 물이 증발하면서 몸에 있는 열을 일부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증발(drying)은 흡열 과정(endothermic)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커피 방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증발 속도가 큰(열을 더 많이 빼앗긴) 가장자리의 온도가 방울의 가운데 온도보다 더 낮아지게 됩니다.

 

커피 방울 내에 온도 차이

 

 일반적으로 액체의 온도가 낮아지면 표면장력(surface tension)이 더 세지게 되는데요, 여기서 표면장력이란 '다른 물질과 맞닿았을 때 친해지기보다는 자기의 모양을 유지하려고 하는 특성' 정도로 생각하시면 편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온도가 낮은 가장자리 쪽의 표면장력이 크고,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운데 쪽은 표면장력이 작겠군요!

 

커피 방울 내에 표면장력의 차이가 생깁니다.

 

 이때 표면장력이 작은 쪽에서 큰 쪽으로 액체의 흐름이 생기는데요, 이 흐름을 타고 커피 방울 속에 있는 커피 가루들이 가장자리 쪽으로 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표면장력의 차이에 의한 액체의 흐름을 마라고니 흐름(Maragoni flow)이라고 부르지만, 이 단어는 슬쩍 넘어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호호

 

커피 방울 내에 커피 가루가 드디어 이동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커피 자국이 왜 동그란 띠 모양을 띠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았습니다. 이렇게 작은 커피 방울 속에서 엄청나게 복잡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니, 바쁘게 사는 게 사람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커피 자국에 이런 히스토리가 담겨있다니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쉽게 설명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그래도 조금 복잡하게 느껴지시거나 혹은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댓글을 남겨주세요! 최선을 다해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